[인사이트] 비트코인은 왜 1억 원을 넘었는가?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 상장과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

최근, 경제 뉴스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비트코인 열풍’ 이다. 지난 3월 14일,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역대 최고인 1억500만원에 도달하였다. 이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현재는 원화 기준으로 9,000만원을 전후하여 거래 되고 있다.

시장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다. 현재의 시세는 예상하고 있던 가격이며 앞으로 더욱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입장과 암호화폐는 여전히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불투명한 대상이기에 이전 처럼 가격의 급락을 맞이할 것이라는 입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각각의 주장은 모두 충분히 일리가 있기에 가상화폐의 투자에 대해서는 결국 개개인이 선택을 내려야 할 문제이다.

세간의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오른 암호화폐. 오늘은 서로 상반되는 각각의 의견들을 분석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 보다, 비트코인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1억원에 근접하는 가격을 지니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 배경과 현재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트코인은 왜 1억 원을 넘었는가?
비트코인은 왜 1억 원을 넘었는가? Image by ShutterStock

‘비트코인(Bitcoin)’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즉, 암호화폐를 설명할 때 꼭 등장하는 두가지 내용이 있다. 바로 ‘탈중앙화‘ 와 ‘블록체인 기술‘ 이다. 각종 경제 뉴스와 다양한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중 지불(Double Spent)‘ 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2009년 1월 3일. 신원 미상의 인물인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에 의해 발행된 비트코인은 정부나 기관의 개입없이 개인간(P2P)의 금융 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최초의 암호화폐이다. 기존의 금융 거래 시스템은 은행과 같이 ‘보증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중심이 되어 각 개인들의 거래를 보증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쉽게 풀어 설명해보자.

가령, A라는 인물이 B라는 인물에게 1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내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A는 ATM이나 인터넷 뱅킹 등을 활용해 B에게 100만원을 이체하였다. 이때, 실제 100만원이라는 현물이 직접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장부에 그 내용이 기입됨으로서 거래가 성사된다. 즉, A의 계좌에서 -100만원을 하고 B의 계좌에서 +100만원을 하는 행위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주로 중앙 정부나 은행과 같은 기관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A가 B에게 100만원을 전달 했다는 사실을 누구나 믿을 수 있도록 하는 ‘보증인’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이때, A가 B에게 100만원을 지불 하였음에도 A의 장부에 -100만원이 제대로 기입되지 않는다면, A는 실제로 그만큼의 돈이 없음에도 반복적으로 100만원을 이체할 수 있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이중 지불’ 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중 지불 행위가 자행되면 화폐에 대한 신뢰도는 결국 하락할 수 밖에 없기에, 국가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공인된 기관이나 정부에서만 장부를 작성할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다. 즉, 현재의 화폐 유통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중앙 집권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화폐의 이러한 중앙 집권적인 특성을 악용하는 세력이 등장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미국 중앙 은행에서 달러를 반복적으로 찍어내서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빚을 갚아도 괜찮은가? 은행에서 정부의 통제 아래 조직적으로 이체 기록을 조작한다면 이를 타개할 방법이 있는가?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개인간의 금융 거래가 이루어질 때 하나의 특정 집단이 아닌 여러 사람이 거래의 보증에 참여하여 그 기록을 공유하도록 만든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즉, 모든 암호화폐가 서로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어 한 거래가 발생하면 그 내용을 모두가 공증할 수 있게 만들어(블록체인 기술) 정부나 은행 처럼 단일 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화폐의 탈중앙화) 한 것이다.

블랙록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Image by ShutterStock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이 이루어짐에 따라 총 10개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되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 Rock) 의 ETF 상품 출시였다.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Larry Fink) 는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를 가리켜 ‘돈 세탁의 지표’ 라고 비난하였으나, 현재는 비트코인의 ETF 상장에 앞장서며 그 열렬한 신봉자가 되었다.

래리 핑크가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시각을 갖게 된 계기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라고 알려져있다. 전쟁 발발 당시, 우크라이나의 군자금과 피난민들의 기부금으로써 비트코인이 큰 역할을 함에 따라 래리 핑크의 관심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 세간의 추측이다. 국경을 초월하여 유지되는 그 가치와 출금을 위한 은행이 따로 필요하지 않고 암호화 된 특성으로 훔치기 어렵다는 비트코인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렇듯 법정화폐의 한계를 넘어선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엿본 블랙록은 이후 비트코인의 ETF 상장을 주도하였고, SEC의 승인을 받아 2024년 1월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였다. 이는 미국이 암호화폐를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하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비트코인 ETF의 상장. Image by ShutterStock

최근, 국민연금이 발표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작년 3분기, 미국 뉴욕증시 나스닥에 상장된 코인베이스 주식을 매수하여 현재까지도 보유하고 있다(아래의 2024.03.05 중앙일보 기사 참조). 매수 당시 1주에 약 70달러였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가격은 2024년 3월인 현재 무려 255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현행법상 가상화폐를 직접적으로 거래할 수 없는 국민연금이 암호화폐 거래소 주식을 매입 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3023#home

이 외에도 최근 미국의 퇴직연금 및 대학기금 그리고 일본의 공적연금 또한 가상화폐 투자를 통한 자산 운용 방법에 대해 검토를 시작하였다. 많은 정부와 기관들이 암호화폐 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기조는 조만간 대형 기업들의 참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탈중앙적 특성이 하나의 자산으로서 인정 받기 시작한 것과 더불어 블록체인 기술은 화폐를 넘어서 그 기능적인 활용도에 주목이 쏠리고 있다. 흔히, 레이어 1(Layer 1)으로 불리는 이더리움, 솔라나, 아발란체와 같은 코인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인공지능(AI), 실물자산(RWA), 데이터 전송 등에 활용되고 있다. 각각의 레이어 1 코인들은 여러 분야로 그 활용도를 넓혀 가며, 그 생태계를 점차 확장해나고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는 자산 그 자체로서, 그리고 기능 확장의 가치로서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결국 가격 상승의 기대 심리에 따른 수요 증가를 유발 하였고, 그 결과 비트코인 1개에 1억 원에 도달하는 기염을 토해내었다.

비트코인은 그동안 큰 폭의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위험 자산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기조가 유지되고, 다수의 사람에게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다면 결국 가격의 변동성도 점진적으로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의 역할을 자처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지는 않을까? 당장의 큰 수익률을 기대하고 투기하기보다, 블록체인 기술이 바꿔나갈 미래의 가능성에 한번쯤 주목해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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